오래만에 불도장 이야기

중국대사가 추천하는 "포티아오치앙"

 

 

리 빈(李 濱) 주한 중국대사

중국은 5천년 역사를 가진 나라다. 음식문화와 요리법도 그 역사의 일부분으로 중국문화의 결정체를 이루고있다.

영토가 넓은 만큼 기후도 다양해 열대, 아열대에서부터 온대, 아한대까지 나타나며, 지형 또한 산과 평야, 호수, 강 등 각양각색이다. 여러 기후와 그에 따른 다양한 자연환경이 중국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의 원천이 된다.
중국요리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해 특색있게 발전해왔는데, 그 중 쓰촨(四川), 광둥(廣東), 장쑤(江蘇), 후난(湖南), 푸젠(福建), 안후이(安徽), 저장(浙江)지역 등 8가지가 유명하다.
비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요리의 가짓수만도 1만여 개에 달하며 청대 궁중요리인‘만한전석(滿漢全席)’은 한 번의 식사에 120여 가지 요리가 차려진다니 그 다양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30여 가지 최고급 식재료 사용

중국인들은 음식을 만들 때 재료의 선택과 그에 걸맞은 조리법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특히 재료들의 조화나 식사 장소,분위기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 이는 음식과 관련된 형식과 내용의 완전한 ‘통일’을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 음식은 ‘정신적 문화’이자 ‘심미적인 감상’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중국 음식문화의 기초적인 요소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전 과정에 걸쳐 표현된다.

30여가지 최고급 식재료를 푹 고아 만든 포티아오치앙,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중국요리인 포티아오치앙(佛跳牆: 불도장)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예 중 하나다. 이는 유명한 복건지역의 요리로 청나라 도광황제(道光皇帝) 때 역사기록에 등재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200년의 역사를 가진다.
이 요리에는 닭고기, 오리고기, 오리발, 전복, 상어 지느러미, 해삼, 자라, 새우, 구기자, 표고버섯, 죽순 등 18가지 최고급 주재료와 12가지 보조재료가 들어간다. 이들 30가지가 넘는 재료들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세밀하게 손질한 다음 샤오싱지우(紹興酒: 황주의 일종. 찰벼를 원료로 만든 황색 술로향이 짙고 맛이 부드러워 요리에도 즐겨 사용한다) 술 항아리에 담아 연꽃 잎으로 덮은 후 은근한 무연 숯불로 5~6시간 동 안 푹 고면 요리가 완성된다. 도를 닦는 스님들도 이 냄새를 맡으면 못 참고 담을 넘어온다고 할 정도로 향이 좋고 한번 맛본 이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단다.
최고급 식재료를 쓰기에 황실에서만 해먹었던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재료 하나하나를 손질하고 장시간에 걸쳐 정성껏 조리해 그 다양한 내용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최상의 맛을 내는 이 요리야말로 중국 음식문화를 대변한다 할 수 있다

음식은 문화이자 감정 전달 수단

중국인들에게 음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철학이자 심리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음식을 통해 사람 간의 감정이 소통되며 그 과정도 사교의 중요한 장이다. 중국 사람들은 대화, 비즈니스, 정보교환, 인터뷰, 친구와의 상봉, 이별에 대해서 음식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며 때로는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음식은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해 좌석배치나 수저 위치, 요리를 차리는 순서도 모두 이와 연관돼 있다.

‘도덕과 평화를 음식처럼 먹고 마심으로써 세상과 더불어 낙을 즐긴다(飮德食和万邦同樂)’는 것은 중국 고대 사상가의 철학이다. 중국음식은 감정과 예의, 그리고 중국 고유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오늘날 그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