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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식사류/해물요리들..

[정보]해삼이야기(월간낚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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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인삼’으로 만드는 해삼창자젓

옛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해삼은 만두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미끈하면서도 우툴두툴한 거
 
▲ 제주에서 서해 고군산도까지 원정 온 해녀가 망사리 가득 해삼을 채취해 헤엄쳐 나오고 있다.


죽을 지녔으니 만두치고는 별난 모양새로 보일 터인데도 ‘미만두’라 불렀으니 말이다.









반면, 영국이나 미국, 독일에선 ‘바다의 오이’라 했고, 북유럽에선 ‘바다의 소시지’ 심지어 프랑스 사람들은 ‘바다의 뱀’이라고까지 부른다니 보는 눈도 ‘십인십색(十人十色)’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해삼과 사람의 만남에는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도 하나 따라 다니니 그 내용인즉슨 이렇다. 옛날 옛적에 충청도 산골에 살던 한 청년이 세상 구경 차 집을 나서 이곳저곳을 떠돌다 머무르게 된 곳이 바닷가의 한 마을이었다. 때는 마침 해삼이 많이 나던 무렵이어서 인심 좋은 어부들이 맛이나 보라며 두어 마리를 썰어주었던 모양이다.

시커멓고 묘하게 생긴 외양에 그리 입맛이 당기지는 않았지만 호의에 대한 인사치레로 몇 점을 먹어보니 그 맛이 예사가 아님에 게 눈 감추듯 했다던가. 그러다가 불현듯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고, 해서 몇 마리를 더 얻어 ‘새끼줄에 잘 엮어’ 서둘러 고향집을 찾았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얌전히 묶여있어야 할 해삼이 온데간데없더라는 얘기다. 뒷날 그 이유가 새끼줄에 들어있는 잿물 비슷한 성분 때문이라고 밝혀지긴 했으되, 어부들은 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해삼이 청정해역에서만 사는 깨끗한 갯것’이라는 것을 재삼 강조한다.  내장 빼내도 살아나는 왕성한 재생력  
극피동물문 해삼강에 속하는 해삼은 세계적으로는 1,5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어부들이나 저잣거리의 어물전에선 그 체색에 따라 홍삼과 청삼 정도로만 구분을 한다.
 
▲ 고군산 선유도에서 수중촬영한 해삼. <사진 왼쪽> 해삼창자젓은 이물질을 빼낸 창자만 고스란히 모아 소금을 추가하지 않고 자체 염분만으로 숙성시킨다.


홍삼은 그 표피에 어두운 밤색이 많이 돌고, 청삼은 어두운 청록색이거나 검은색에 가까운 체색을 띤다. 이 중 먼바다에서 나는 홍삼을 가장 높은 값을 쳐주며, 가까운 바다 얕은 수심에 서식하는 청삼이 어획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서민들이 부담이 없어할 가격으로 거래가 된다.
 
대개의 해삼은 등은 둥글고, 배쪽은 납작하여 전체적으로 볼 때는 원통형의 둥그스레한 생김새를 하고 있는데, 그 앞쪽에 있는 입에는 끝이 가늘게 갈라진 촉수가 열 개에서 종류에 따라 서른 개까지 있어 이로써 모래진흙 속의 미생물이나 떠다니는 생물들을 잡아먹고 살아간다.
 
▲ 내장을 빼내고 건조시킨 말린 해삼. 완전히 마르면 부피가 몰라보게 줄어드는데, 물에 넣어 2~3일 불리면 부피가 10배 가까이 불어난다. 우리가 중국 음식점에서 먹는 해삼요리들은 이 마른 해삼을 불려서 만든 것이다. <사진 왼쪽> 가두리 위에서 내장 채집에 한창인 고군산군도 사람들. 해삼을 뒤집어 배 아래쪽에 날카로운 칼끝을 살짝 대면 내장만 손쉽게 분리할 수 있다. 이를 모아두었다가 그 속에 든 뻘 등의 이물질을 훑어낸다.
 


해삼은 주로 3월부터 6월말 사이에 주로 생산된다. 6월이 넘어서면 금어기이기도 하지만 해삼 스스로가 먼바다로 이동, 어획이 많이 되던 연안에서 보기가 쉽지 않게 된다. 온도가 올라가면 잘 먹지도 않고 창자도 줄어들어 제 몸길이보다 짧아지다가 수온이 섭씨 25도쯤 되면 대부분이 ‘여름잠’에 들어간다.
 
어부들이며 잠수부들의 말로는 해삼의 생태는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먼저 ‘해삼창자젓’을 담기 위해 배 아래쪽에 칼집을 내고 소화관(식도와 위 창자 따위의 내장)이며 알을 끄집어내고 다시 바다에 넣으면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상처자리가 아물어들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내장 같은 게 재생되기 시작한다는 것도 그렇고, 횡으로 절단하면 제각기 두 마리로 살아나는 특이한 점도 지녔다.
 
그만큼 해삼의 재생력이 강하다는 얘기일 터인데, 한 일주일쯤 두고 내장이 재생된다면, 잠수들이 잡아내는 족족 그저 양식수조에 넣어두고 일주일에 한번 씩 내장을 채취하고 다시 넣어두고 하면 좋겠지만, 짧게는 서너 달에서 여섯 달은 지나야 다시 들어찬다니 언감생심이다. 
한편, 해삼만큼 암수구별이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라 했다. 해삼의 암수구별은 겉모양만 보고는 할 수 없고, 내장 채집을 위해 칼집을 내었을 때 나오는 생식소의 색깔로만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 이중 오렌지 빛을 띠는 게 암컷이며, 유백색의 생식소를 지닌 게 수컷이라고도 했다. 

당뇨 천식 건망증에 ‘약효’ 
이런 해삼은 깊은 곳에 사는 놈일수록 그 크기가 크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먹이도 많고 탄소나 질소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라는데, 해삼창자젓을 만들기 위해 창자를 빼내고 수조에 넣으면 처음에는 물속에 가라앉지도 않고 몸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둥둥 떠 있다가 몇 시간쯤 지나야 가라앉는다.  
해삼은 버릴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알뜰한 먹을거리. 해삼(海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땅의 인삼처럼 영양가치가 높은 해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횟집에서는 별미거리로 그대로 썰어 상에 올리는데, 회를 처음 먹는 뭍 출신들도 횟집이나, 저자의 좌판에서 ‘초고추장 맛으로’ 별 거부반응 없이 먹기 시작해, 자주 먹게 되는 게 해삼회이기도 하다.
 
한편, 해삼은 예로부터 한방이나 민간에서 다양한 효력을 지닌 먹을거리로 여겨오기도 했다. 특히, 소화가 잘되고, 식욕이나 인체의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는 식품인 동시에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양기를 돋운다고 전해온다. 
“한방에서는 해삼이 진액을 보하는 약이라고 하더군요. 진액이란 피 같은 중요한 체액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특히, 몸이 야윈 사람에게는 보약이나 한가지이며, 당뇨나 천식에도 아주 좋고 더불어 건망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방에선 해삼을 권합디다. 사상체질에서 특히 소양인이 해삼을 먹으면 건망증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죠.”   
자신이 스스로 ‘골초’라고 밝힌 무녀도 어부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목이 칼칼할 때 작업장에서 간식 삼아 해삼 한 접시를 먹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목안이 상쾌해 진다고 말했다.
 
▲ 해녀들이 잡아온 해삼은 해상 가두리에 넣어 살려두고 그날그날 작업분만 꺼내 내장을 채취한다. <사진 왼쪽> 잡아온 해삼을 가두리에 넣기 위해 갈무리하는 해녀.




이런 해삼을 회로 먹을 때는 배 쪽을 길게 갈라내고 뱃속의 모래 따위를 훑어낸 뒤 먹을 만하게 썰어 초고추장과 함께 상에 올리면 그만이다. 미끄덩거리는 촉감이 싫은 이는 소금을 조금 뿌려두면 그 점액질이 제거되니 염두에 둘 일이고, 때로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식초를 조금 뿌리고 야채와 고춧가루·간장·깨소금에 버무려 먹으면 맛 좋은 ‘해삼초’가 된다. 
한편, 해삼회의 간단한 요리법에 비해 해삼창자젓 만들기는 단순하지 않다. 잡아서 하루쯤 수조에 넣어두었던 해삼을 뒤집어 배 아래쪽에 칼집을 내 창자를 꺼내는 게 가장 먼저 할 일. 통통한 뱃살에 칼을 대는 듯하면 내장이며 알집이 바로 튀어나오는데, 이를 따로 모아두었다가 그 속에 든 뻘을 훑어낸다.
 
묘한 것은 해삼이 먹는 것은 모래와 갯벌이 적당하게 뒤섞인 것인데, 창자 속에서 나오는 뻘은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해삼의 소화력이 대단한 때문인데, 이를 다듬을 때 별다른 것은 없다.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창자거죽에 상처가 나지 않으면서도 안에 든 이물질은 모두 빼낸다는 생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훑어내면 된단다.
 
이렇게 훑어낸 창자는 깨끗한 해수로 세척, 일단 물기를 없앤 뒤 다시 바닷물에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쯤 담가 두었다가 채에 받쳐 다시 물기를 빼고 바로 급랭을 하면 제 맛 나는 ‘해삼창자젓’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일단 공기와 접촉한 창자는 금세 흐느적거리면서 상하기 쉽고, 며칠씩 소금에 절인 해삼창자젓은 향기나 그 맛에서 뒤떨어지고 제 모양과 색을 잃기 때문이다.

냉동 보관했다가 먹을 때 녹여
해삼창자젓은 호텔이나 일식전문점에선 해동만 시킨 뒤에 별다른 양념 없이 티스푼으로 한 개쯤 되는 양을 앙증맞은 그릇에 담아 단골 손님상에 올린다. 이름도 해삼창자젓이 아니라 일본말 그대로 ‘고노와다’라 부른다.
 
반면, 고군산군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해삼창자젓이며, 먹을 때도 넉넉한 양을 덜어내 마늘과 참기름 혹은 깨소금을 넣어 버무려 먹는다. 멍게 냄새 비슷한 그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이들은 들깨와 버무려 먹으면 좋다 했다.
 
이런 해삼창자젓은 옛날부터 귀한 음식으로 여겨왔고 실로 놀라운 성분을 함유한 고단
 
▲ 고군산군도에선 해삼창자젓을 먹을 때 참깨와 마늘, 참기름 등을 함께 버무려 상에 올린다.


백 식품. 병약자나 ‘있는 집’ 지긋한 이들이 여름철 입맛 잃었을 때 즐겨먹던 호사식이다.





 칼슘과 철분에 나트륨이며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 해삼은 단백질이 2.5% 정도지만, 그 창자젓에는 단백질이 무려 32.5% 들어있다는 것. 특히, 그 성질은 무독하고 신장을 보호하며 남정네들 좋아하는 정력식품 중 으뜸이라 했다.
이렇게 젓을 만들고 남은 해삼은 마른 해삼으로 가공되어 저자에 나가기도 한다.

해삼 중 큼직한 것만 간추려 완전히 배를 갈라 창자를 빼내고 이를 따로 추려 바닷물에 넣고 1시간쯤 끓여낸 다음 물기를 없앤다. 이를 항아리에 담아 보름 정도 숙성시키고 세척을 거쳐 다시 한번 끓여내 또 물기를 없앤 뒤 발에 널어 자연 건조를 시킨다.
완전히 마른 해삼은 본래 크기보다 10분의1 정도로 줄어드는데, 이를 다시 물에 2~3일 넣어두면 퉁퉁 불어나 제 모양으로 복원이 된다. 우리가 중국 음식점에서 먹는 게 바로 이 마른 해삼을 불려 만든 요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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